Sunday, February 20, 2011

Benger's Stragedy

홈에서 패하면 지난 시즌 8강에서 패한 것에 대한 설욕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벵거 감독이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는 작금 최강이라 불리는 팀이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인내의 결실, 결국 승리가 되어 벵거 감독을 찾아왔다. 

17일 새벽(목, 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 FC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를 2-1로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아스날은 전반 26분 바르셀로나의 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0-1로 뒤지던 후반 33분에 터진 반 페르시의 동점골과 후반 38분에 나온 아르샤빈의 역전골에 힘입어 2-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람은 한 차원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던 바르셀로나의 메시도, 극적인 동점골과 더 극적인 역전골을 넣었던 아스날의 반 페르시와 아르샤빈도 아닌 벵거 감독이었다. 그는 직접 플레이를 하지 않는 감독이 어떻게 팀에 승리를 선사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줬다. 

아스날은 전반 26분 바르셀로나의 비야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상대가 바르셀로나여서 그렇기도 했지만 2차전이 캄프 누에서 원정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0-1 패배로 경기가 끝난다면 8강 진출은 어려울 것이 뻔했다. 

하여 조급한 것은 아스날이었다. 어떻게든 만회골과 역전골을 터트려야 했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손 안에 쥐고 있는 두 장의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릴 뿐 섣불리 내놓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어느덧 후반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때 이미 승리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듯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먼저 움직였다. 공격수 비야를 빼고 미드필더 케이타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 순간 벵거 감독도 같이 움직였는데, 벵거 감독은 상대의 날카로운 창이 하나 빠지자 아르샤빈과 벤트너를 잇따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참고 또 참은 뒤 꺼낸 카드였다. 

벵거 감독의 그 기다림은 불과 5분 만에 빛을 발했다. 클리쉬의 감각적인 로빙 공간패스를 받은 반 페르시가 자신을 빼지 않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멋진 사각에서의 슈팅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5분 뒤에는 교체 투입된 아르샤빈이 나스리의 패스를 받아 바르셀로나의 발데스 골키퍼를 엉덩방아 찧게 하는 슈팅으로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만약 벵거 감독이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보다 일찍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승부수를 띄웠다면 경기는 이와 같은 결과로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공격에 중심을 둔 아스날의 허점을 바르셀로나가 효과적으로 공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끝까지 기다린 뒤 비야라는 수준급의 공격수가 빠진 틈을 기막히게 파고들어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뛸 수는 없지만 왜 축구에서 감독이 중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어떻게 팀에 승리를 안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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